| 내 용 |
필자는 20년 전 스포츠의학과 관절 영상의학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학 초기에, 미국에서는 암 진단에 결정적 역활을 하는 PET/CT의 열풍이 불었고,
당시 PET/CT 검사비는 600만원 정도엿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환자를 대신해 선뜻
진료비를 내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PET/CT로 정확한 진단을 하면 암 환자에
대한 전체적인 진료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오랜 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비 절약은 이렇듯 연구와 상식에 의거해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 형태가 다소 비정상적이다. 보건당국은 의료비의 합리적 절감에 대한 연구도 없이,
기본적으로 진료비가 많이 지출되는 정상적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원척적으로 낮은
수가를 책정하는 등 비정상적 관행을 반복해 왔다.
한국 의료체제의 모순은 국민의 의료비 절감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서 시작하여,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정권이 무책임한 복지 공약을 남발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속전인 교육으로써 의사의 질을 높이고, 카이로프렉틱, 보조의사,
족관절 의사 등 새로운 의료 인프라를 구축해 다양한 고품질의 전문 의료를 통해
전체적인 의료비 절감을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해결책이라 생각한 듯하고, 그것이 1, 2차
진료에서 심각한 의료 질의 하락을 가져왔다.
현재 한국의 1차 진료는 거의 무너졌다. 1차 진료 기관인 의원들은 피부미용, 성형,
예방접종, 수액요법 등 생계형 진료에 고착하게 되었다.
최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 심포지엄에서 영상의학 수가가 높다면서 이를 줄여
특정 진료과를 살리는데 사용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뭐든 연구 없이 이것 깎아서
저것 메꾸는 식이다.
현대의학에서 영상의학 없는 진단과 치료는 상상할 수 없다. 영상의학에 의한 정확한
진단 없이 부적절한 치료로 시간과 진료비를 낭비하고, 심지어 몸을 망치는 환자들을
많이 봐 왔다.
잘못된 인식과 제도가 필자를 무의미한 스트레스로 지치게 한다.
출처 : 2014-10-20 부산일보 [건강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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